성종임금
어느 노인의 기막힌 지혜
성종 임금 때, 어떤 사람이 일찍이 딸 하나를 낳아 길러서 시집보낸 후 늦게 아들을 하나 보게 되었다. 이 사람이 나이가 많아 죽을 때가 되었는데, 아들은 아직까지 강보에 싸여 있는 어린 아이였다.
이 사람이 죽으면서 유언을 하여 재산을 시집 간 딸에게 모두 물려주고, 어린 아들에게는 자기 자신의 얼굴 모습이 그려진 족자 1개만 주었다.
딸은 친정 재산을 모두 물려받았으니 살림은 넉넉해졌지만, 살 길이 막막한 친정의 어린 동생이 가엾어서, 동생을 데리고 와서 자기 자식처럼 돌보아 길렀다.
노인의 아들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자 옛날 부친이 돌아가실 때 모든 재산을 누나에게 다 주고 자기의 몫은 족자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족자를 들고 관청에 나아가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누나가 저를 자식처럼 잘 길러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친이 무슨 뜻으로 재산을 누나에게 모두 주고, 저에게는 이 족자 하나만 물려주었는지 그 참뜻이 궁금합니다. 결코 누나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이 족자의 뜻을 알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렇게 해 청원이 접수되었는데, 관장이 도저히 밝힐 수가 없어서 성종 임금에게 보고하고 그 족자를 바쳤다. 성종 임금이 족자를 펴보니 족자에는 노인이 한 사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족자를 벽에 걸어놓고 멀리 앉아 쳐다보니, 그림 속의 노인이 손가락으로 아래 부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임금은 문득 생각이 떠올라, 사람을 시켜서 그 족자 끝의 축을 쪼개 보도록 했다.
그랬더니 그 속에 종이쪽지가 들어 있었다.
"내가 재산을 딸에게 모두 다 준 것은, 딸에게 어린 동생을 잘 돌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가 자라고 나면 내 재산을 균등하게 나누도록 하라."
이러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성종 임금은 문서를 작성하여 재산을 남매에게 균등하게 분할해 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재산을 어린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면, 누나는 재산 때문에 어린 동생을 돌보지 않고 해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따라서 지금처럼 동생을 잘 거두어 기르지 않았을 것이다. 노인의 지혜가 놀랍다."
이처럼 노인의 경우와 같이 지혜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잘난 사람의 글에서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