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시지 않는 기적같은 일입니다.
얼마전, 오후2시쯤일까..오늘처럼 한참 더운 날이였다.
집사람과 공항엘 다녀 오니, 피곤하기도 하여
낮잠을 자기위해 내 방문을 열고 들어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방 한가운데에 시커멓고 큰놈의 꼽등 귀뜨라미가 뜩- 버티고 있었다.
너무 놀라웠지만 침착하게 대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벌레 한마리가 방에 들어 왔기로서니 뭐그리 놀랄 일이겠는가 하겠지만,
집사람이 모르는 나만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놈(이후, 얘로칭함)은 오래 전부터 나와 무언의 교류가 있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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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얘를 본 것은 베란다에서 였다.
몇개만 남아 있는 화분에 물을 줄때, 팥알만한 것이 팔짝팔짝 뛰고
있는 얘를 발견한 것이다.
귀엽기도 하고 - 어디서 묻어 왔구나 하고, 무심코 내버려 두었다.
그뒤 3-4일에 한번쯤 아직도 있나 하고 살펴보기도 하고-
집사람이 빨래를 널 때는 혹시, 발에 밟힐까 싶어
내가 대신 아래 바닥을 주시하면서 빨래를 널곤했다.
그때마다 얘가 어디서 기어 왔는지 겁도없이 내 주변을 돌았고
어느땐,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도망가질 않았다.
몇개월이 지났을까..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제법 등치가 커졌다.
이젠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큰놈으로 성장을 하였고
그 애와의 정은 애완견을 기르는 것과 흡사하다고 할까.
신기한 일은- 집사람에게는 비밀에 붙였지만 그동안 한번도
집사람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증거는 집사람이 그 애에 관해 전혀, 말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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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애가 그날 갑자기, 내방에 나타난 것이다.
베란다에서 내방까지는 마루를 가로 질러야하는 다소 먼 코스며
중간에도 자신의 환경에 맞는 곳이 많은데...
내방까지 왔다는 것이 나를 깜짝 놀래게 한 것이다.
어째거나, 애를 베란다로 다시 보내야 하기에
잡으려하니- 펄쩍펄쩍 뛰며 요동을 쳤다.
그러더니 쏜살같이 오디오 다이밑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다.
숨을 곳도 사방 천진데 왜 하필이면 그곳으로 숨었는지
더운데 짜증도 잠시 났고..
다이 밑에는 통풍이 되도록 2.5cm 조그만 공간이 있었다.
집사람 몰래--- 빨리 처리를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그애가 밖으로 나오게끔 줄자로 다이밑을 막 헤집고 있는데
이상한 것이 줄자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꺼내 보니 먼지에 가득한 신한은행 흰봉투가 무게감을 주며
나오는게 아닌가..묘한 느낌으로 후닥닥
안을 열어보니 만원짜리가 꽉차있었고,
흥분을 감추며 세어 보니..72만원이 들어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
분명 내가 감춰논 돈일텐데..? 그러나 생각이 감감했다.
어제 아침까지 과거를 추적하니 대강 3년전의 일이 떠올랐다.
이 말을 나열하자면 글이 길어져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잖아도, 집안의 일부 공금을 축내 고민을 하던 중이였는데
그 애의 안내로 숨어있던 돈을 찿았다고 할까......
몸에 전율이..? 요즘의 흔한 말로 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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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애는 그곳에 있는 상태로 그대로 하루를 보냈고
어제 아침에 밖으로 나온-- 긴 더듬이를 가진 그녀석과 해후를 했다.
다리가 부러질까.. 조심을하면서
양 손바닥으로 살며시 잡앗다.
그리고 베란다로 소중히 모셔놓고 혼자 중얼 거렸다.
"고맙다. 남들은 너를 혐오스럽게 보더라도, 너는 내친구, 내가 잘 보살펴 주마"
살다보면,우연의 일치도 있고 신기한 일도 격는다.
허지만, 이 일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불가사의 한 일로 여겨진다.
숨을 곳이 사방 천진데..
너무나 황당한 일이기에 억지로 합리화를 시켜보기도 했다.
"벌레가 우연히 내방에 들어 왔다 다이 밑으로 피신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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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아직도 살아있는--- 끝나지 않은 미스테리를 안은채
오늘 하루도 세상만사의 오묘함을 느끼며 가고 있다.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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