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연주

베토벤의 소나타 8번 비창

리멘시타 2014. 8. 31. 13:37

 

 

                                              Pathétique (비창)   

                                                         ( 귀에 익은 2악장을 먼저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Beethoven, Piano Sonata No.8 'Pathétique'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Krystian Zimerman plays Beethoven‘s Piano Sonata No.8 'Pathetique'

 

비극적 강렬함을 주제로 삼은 최초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의 초기에 해당하는 빈 시절에 피아노라는 악기는 그의 음악적 경험의 중심이었다. 그가 주력했던 작곡 형식인 피아노 소나타들을 초기부터 일별해 보면 하나하나마다 스타일이 발전하고 있고 기술 또한 날로 세련되어 갔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보다 창조적인 방법을 통해 전통을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개인적 심상을 음악 속에 담아냈다.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작곡가 자신이 주역이었다. 이런 모습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작품이 바로 ‘영웅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은 음악 미학에 대한 당대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예술가로서 음악가가 갖는 위상 또한 당당히 세운 작품이었다.

      베토벤은 ‘비창 소나타’에서 빈 고전주의를 넘어서는 강렬한 낭만파적음악을 시도했다.

 

‘비창 소나타’는 1798년부터 1799년 사이에 작곡되어 그 해 가을 빈의 에더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베토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카를 폰 리치노프스키(Carl von Lichnowsky)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이 소나타의 부제로 알려져 있는 ‘비창’(Pathétique)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출판 시 출판업자에 의해 붙여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곡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무엇보다도 이전 시대의 음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긴장감과 강렬함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비창 소나타’는 베토벤이 최초로 드러낸 드라마틱한 자신의 모습이며, 어둡고 침침하며 비극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최초의 심리주의적, 표현주의적 피아노 소나타로 기록된다.

모든 베토벤 작품들이 그렇듯이 음악 주제들의 밀접한 관계 또한 특징적이다. 이 작품의 첫 악장의 2주제는 2악장의 2주제에서 역전된 형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마지막 피날레 악장에서는 변형되어 다시 주제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바그너에 의해 활성화된 순환주제의 개념이 바로 이 작품에서, 작곡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살며시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또한 혁신적이다. 그리고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완성한 느린 서주와 활기찬 ‘알레그로-느린 아다지오-빠른 론도’라는 특징적인 3악장 구성을 채용했지만, 그 안에서 베토벤은 극적인 다이내믹과 비장함의 극대화라는 새로운 심리적 표현력을 만들어냈다. 이 점도 ‘비창 소나타’를 특징짓는 창조적 에너지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비창 소나타’의 조성은 ‘운명 교향곡’과 같은 C단조이다. 베토벤이 좋아했던 이 어둡고 비장한 C단조는 5번 소나타와 마지막 32번 소나타와 더불어 총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사용되었다.

    

                                              ‘비창 소나타’는 어둡고 극적인 표현이 폭풍 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1악장: 그라베 - 알레그로 디 몰토 에 콘 브리오

 

                        

 

     ‘느림-빠름’이라는 하이든 교향곡의 형식을 인용한 장중한 서주가 붙은 악장이지만, 그 내용의 깊이와 시적 감수성에서 온전히 베토벤의 개성이 발휘된 대목이다. 비장한 무게감과 위력적인 에너지감이 휘몰아치는 1악장은 이후 베토벤이 발전시켜 나간 소나타 형식의 설계에 밑거름이 된 역사적인 악장이 되었다. 불안한 분위기의 서주를 거쳐 빠르고 정열적인 1주제와 단음계의 장식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2주제를 거치며 그 비창적 에너지를 더하다가, 제시부 마지막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된 듯한 침묵이 음악에 긴장감을 더한다. 갑작스러운 종지부는 이 악장에 비극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처연함을 더하는 악장.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만한 악장으로서, 영화음악과 팝, 록, 힙합, 재즈를 넘나들며 즐겨 사용될 정도로 친밀성이 강한 악장이다. 하나의 구슬픈 주제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두 개의 에피소드가 삽입되고, 슈베르트적인 성격이 강한(슈베르트가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되는) 여덟 마디의 코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빠르기인 안단테 칸타빌레가 일말의 동화적 환상을 부여한다면, 이보다 조금 느린 아다지오 칸타빌레라는 빠르기는 여전히 동화적이지만 우울하고 염세적인 느낌이 기저에 깔려있는 절묘한 상상력을 자아낸다.

 

                                                          3악장: 론도. 알레그로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열정적인 1주제의 멜로디(첫 악장의 2주제를 차용한)와 목가적인 청량함을 머금은 중간의 에피소드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고조시키다가, 마지막 짧고 드라마틱한 코드의 하행 아르페지오와 함께 이 작품 특유의 극적인 박력은 

 최고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