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교훈들

점포정리 매장의 진실

리멘시타 2014. 2. 10. 15:35

 

 

   

                          점포정리 가게의 진실   

                            (일명 메뚜기 매장)



①역세권 등 교통요지에 開業, 석 달 정도 '깔세'로 점포 빌려
②여러곳에 가게, 주인은 한명… 전국서 카드 안받고 동시 영업
③현수막엔 온통 유명 브랜드, 실제론 低價 상품들만 한가득

 


	'폐업 처분 점포'  간판 사진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8층짜리 상가 건물. 이 건물 1층의 한 점포엔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속옷 폐업 SALE 90%'라는 문구와 여러 유명 브랜드 이름을 적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33㎡(약 10평) 남짓한 가게 내부에서부터 바깥까지 2000~1만원 가격표가 붙은 양말·스타킹·내복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폐업'을 한다고 내걸었지만 이 가게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 건 고작 2주밖에 되지 않는다. 50대 종업원에게 "언제 폐업했느냐"고 묻자 "폐업한 게 아니라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떼와 파는 것"이라며 "이곳은 한 달 임차한 것이어서 2주 장사 더 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폐업 처분' '점포 정리' 등의 현수막이 '영업 비법(秘法)'처럼 쓰이고 있다. 이런 말로 호객하는 아웃도어·의류·속옷·화장품·신발 등의 가게 대부분이 진짜 폐업을 하면서 재고 정리로 물건을 싸게 파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메뚜기처럼 빈 상가 점포를 단기 임차해 '폐업처분' 등의 거짓 광고로 고객을 현혹시키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폐업처분 전문 상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1년에 적게는 수십 곳, 많게는 100곳이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인 한 명이 여러 점포에 종업원을 두고 동시다발적인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형 업체들도 생겨나 다음 장사할 자리를 물색하는 '자리부장', 점포 내부 상품 배치를 하는 '코디부장', 실제 영업을 담당하는 '영업부장' 등을 둔 곳도 있다. 이들은 속칭 '깔세'라는 선납형 단기 임차를 통해 비교적 싼 값에 빈 상가를 빌린다. 길어야 석 달 정도의 단기계약을 하면서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낸 뒤, 단기간에 상품을 바짝 팔고 이동하는 것이다.


	'폐업 처분 점포' 경력 8년 김사장의 최근 1년간 동선 그래픽
8년간 '폐업정리' 현수막을 걸고 전국 60여곳에서 점포를 냈던 김모(53) 사장은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떼어 와 단기간에 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완이 좋아야 한다"며 "무조건 유명 브랜드명과 '폐업처분'이라 문구를 크게 쓰고, 지하철역 등 교통의 요지에 있는 점포를 빌려야 한다"고 했다.

'긴급처분'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서울 숭인동의 한 지하철역 옆에서 두 달째 화장품을 팔고 있는 한 땡처리 매장 종업원은 "보통 한 달 하고 옮기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재고가 잘 안 팔려 오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82.6㎡(25평 남짓)짜리 문구사 자리를 임차해 문을 뜯어낸 뒤 점포 앞 길까지 화장품을 늘어놓고 영업하는 이곳 종업원들은 이런 메뚜기 영업만 5년, 10년씩 해온 베테랑이다. 한 직원은 "바깥엔 1000~2000원짜리 상품을 진열하고, 안에는 좀 비싼 상품을 두는 게 요령"이라며 "우리만 아는 노하우가 많다"고 했다.

'폐업 처분'을 내건 가게 상당수는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다. "폐업 정리라 마진이 없는데 어떻게 카드 결제를 해주느냐"는 핑계를 대지만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아 카드 단말기를 설치할 수 없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탈세(脫稅)를 하더라도 단기간에 임시 매장을 열었다 사라지는 뜨내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 규모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간판은 '폐업·긴급처분'인데 한 동네에서 계속 자리를 옮겨가며 같은 장사를 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는 작년 가을부터 20개 건물로 이뤄진 대로변 상가촌(村)에서 옮겨 다니며 영업 중인 속옷 브랜드 '폐업정리' 점포가 있고,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는 1년 넘게 '폐업 처분' 현수막을 붙여놓는 화장품 업체가 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그런 가게에 가보면 현수막에 적힌 브랜드 상품은 10%도 안 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업체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폐업 처분이라는 말부터 다 거짓말인데 왜 아무 단속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탈세까지 저지르는 이 같은 행태가 더 이상 묵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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