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인물

삼성전자와 대한민국

리멘시타 2014. 1. 10. 11:59

 

 

 

                 [삼성전자 착시 현상]

                GDP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현대車·포스코 합친 것의 2배
      증시 시가총액의 19% 차지… 2위 기업과의 격차 G20 국가 중 둘째로 높아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만들어 내는 '착시(錯視) 현상'을 지우고 나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민얼굴이 드러난다.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이 추락하고, 한국 증시는 쪼그라들게 된다.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도 줄어든다.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법인세의 20%가 줄어든다. 우리 경제가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라는 1등 기업을 빼면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해진다.

◇삼성전자가 없다면, 수출 코리아는 없다

대표적인 착시 현상은 수출 증가율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3.6%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수출 증가율(27.8%·해외 생산을 포함한 매출액 기준)을 빼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수출 코리아의 위치도 흔들거린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8.3% 하락한 8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홍보관의 홍보 부스 앞을 한 삼성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8.3% 하락한 8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홍보관의 홍보 부스 앞을 한 삼성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무려 2.7%에 달한다. 2위 현대자동차는 0.9%, 3위 포스코는 0.4%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G20(주요 20개국) 국가의 증시 시가총액에서 1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삼성전자)은 19%로 세 번째로 높았다. 1등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시가총액에서 1위 기업(삼성전자)과 2위 기업(현대자동차) 간 격차도 15%포인트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중국(6%), 일본(4%) 등에 비해 1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것이다. 1위 기업의 실적에 따라 경제 전체가 좌우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노키아 공화국'으로 불렸던 핀란드를 연상케 한다. 노키아는 지난 2008년 수출의 25%, 연구·개발(R&D) 투자의 35%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급격하게 몰락했고, 핀란드 경제는 휘청거렸다.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급속히 악화되는 한국 경제 성적표.

2007년 5.3%였던 핀란드 경제성장률은 2008년 0.3%로 떨어진 데 이어 2009년에는 -8.5%로 추락했고, 이후 2년간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0.8%로 떨어졌다. 실업률도 2008년 6.4%에서 2009년 8.2%, 2010년 8.4%로 뛰었다.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수치들이다.

한국 경제가 삼성전자의 실적에 끌려 다닌다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실적에 끌려 다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모바일사업부가 34조원 매출에 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삼성전자 2분기 매출 57조원과 영업이익 9조5000억원에서 각각 60% 이상, 70% 이상을 차지한다. 스마트폰 실적이 나쁘면 삼성전자와 나아가 한국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지는 작년 11월 장장 31페이지에 걸쳐 삼성전자를 해부하며,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도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선진국에선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 삼성전자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다이아몬드지는 "삼성이 잘못될 경우 한국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은 삼성전자에 너무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불안한 평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닷컴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