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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생각이 한점 눈송이다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大地虛空裂 대지허공렬
천 가지 계교와 만 가지 생각들이
모두 뜨거운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의 눈송이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더라.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경지다.
선리(禪理)의 용어로는 대기(大機)며 쌍차(雙遮)다.
쌍차에는 또한 쌍조(雙照)가 따르게 마련이며,
대기에는 역시 대용(大用)이 있게 마련이다.
절대부정에는 또한 절대긍정이 있다.
그래서 다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이다.
이처럼 절대긍정의 경지를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더라. 라고
격 밖의 소식처럼 표현했으나
결코 격 밖의 일이 아니라 일상사다.
그대로 보고 듣는 일이다.
부르면 대답하고 꼬집으면 아파하는 일일 뿐이다.
차(遮)와 조(照)가 동시이며
긍정과 부정이 원융무애하여 조화를 이룬
서산(西山, 淸虛, 休靜, 1520~1604) 스님의 선심(禪心)에서
선행(禪行)을 표현한 한편의 멋진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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